이래저래 수능이 끝나면 말이 많은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 합니다. 금년 수리영역이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었습니다. 뚜껑을 열어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언론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요. 또 이와는 별개로, 어떤 신문 (중앙일보 11월17일자) 에서는 수리영역 나형의 한 문제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한 학원의 문제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신문기사를 접하고서 이 문제를 한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이나 재주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입니다. 수학교육을 다루는 책들을 보면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가지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서 자주 사용될 수 있지만 너무 기본적이라 간과되기 쉬운 두 가지 전략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한번 접급해 보고자 합니다. "문제를 단순화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과"비슷한 문제를 알고 있는가?"하는 질문입니다.

주어진 문제에는 원이 모두 2*4=8개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일단, 가장 단순화해서 아래처럼 원이 1개일 경우를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그림에서 A에서 B로 갈 때 아래로 가거나 위로 가거나 같은 거리이기 때문에 최단거리의 경우는 모두 2가지가 됩니다.

여기서 위에서 말한 두번째 질문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와 비슷한 문제를 알고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흔히 최단거리, 혹은 길잡이 문제라고 불리는 문제에서는 길의 모양이 정사각형 모양으로 주어집니다. 따라서, 만약 위에서 주어진 상황을 정사각형에서 표현할 수 있다면 이미 배운 해결방법으로 풀 수 있을 것입니다. 원을 어떻게 사각형 모양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아래처럼 원을 조금 찌그려뜨리고 이리저리 다듬는다면 아래와 같은 정사각형 꼴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그림은 원에서 정사각형으로 바뀌었습니다만, A에서 B로 가는 최단거리가 두 가지이며 각각 위로 가거나 아래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원래 있던 그림과 같은 상황을 표현하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이 그림을 왼쪽으로 돌려서 본다면 아래와 같이 평소에 보던 길잡이 문제에서의 그림이 될 것입니다.

즉, 원형으로 주어진 그림을 적당히 다듬고 돌리면 상황의 내용을 유지하면서도 정사각형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이제, 우리가 알고 있는 문제와 비슷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었으니 다시 첫번째 질문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를 단순화할 수 있는가?" 원이 하나였을 때에는 해결을 했으니 조금 크기를 키워서 원이 2*2=4개인 경우를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아래와 같은 그림이 될 것입니다.

이것을 위의 논리를 적용해서 정사각형 모양으로 바꾸면 아래과 같이 되겠습니다.

여기서 A에서 B로 최단거리로 가는 방법은 몇가지가 있을까요? A에서 B로 가기 위해서는 어디서 꺾든 상관없이 오른쪽으로 한칸, 위로 세 칸만 올라가면 됩니다. 따라서, "오" 1개와 "위" 3개를 일렬로 배열하는 방법과 같으니 모두 4!/(3!*1!) = 4가지의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오위위위, 위오위위, 위위오위, 위위위오)

이제 단순화했던 그림을 토대로 해서 원래 문제를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설명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가운데 위치한 두 점을 각각 C와 D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2*4=8개의 원으로 구성된 이 그림은 앞에서 우리가 살펴보았던 2*2=4개의 그림 두 개를 옆으로 배열해 놓은 모양과 같습니다. 그래서, 앞서 2*2 그림에서 구했던 A에서 B로 가는 방법은 여기 그림에서 보자면 A->C의 경우와 D->B의 경우가 될 것이고 따라서 이 각각은 4가지씩의 경우가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 큰 그림에서 A에서 B로 가려면 중간을 지나야 되니까 C점이나 D점을 반드시 거치게 될 것입니다.
즉, A->C->B이거나 A->D->B의 경로 중에 하나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앞에서 A->C의 경우와 D->B의 경우의 수는 구했으니 결국 C->B의 경우의 수와 A->D의 경우의 수만 구하면 될 것입니다. 게다가, 그림을 보면 C->B로 가는 상황이나 A->D로 가는 상황이 똑같으니 (평행한 원 2개를 지나갑니다.) 이 둘의 경우의 수가 같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C->B의 경우의 수나 A->D의 경우의 수 중에서 하나만 구하면 되겠습니다.
앞서 그렸던 2*2그림을 통해 A->D의 경우의 수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림에서 A->D의 경우의 수는 위로 두칸 오른쪽으로 두 칸을 올라가면 되는데,
제일 아래 바닥으로 가는 경우 (오오위위)를 제외해야 합니다. 따라서, 모두 4!/(2!*2!) – 1 = 5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오위오위, 오위위오, 위오오위, 위오위오, 위위오오)

따라서, A->C->B의 경우가 4*5=20가지가 있고, A->D->B의 경우가 5*4=20가지 있으니 구하는 답은 모두 40가지가 됩니다.

 

이 설명을 보시는 분들은 이 문제가 상당히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였겠구나 하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이 문제는 생소한 그림을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상당한 시간을 쓰게끔 의도적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배점 또한 최고점인 4점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수학교육에서 다루게 되는 문제 해결의 전략을 실제로 사용해서 가르치거나 해결하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적절한 방법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아닌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길을 제공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고 이런 습관을 길러서 여유롭게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학생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수능문제에 대한 여러 풀이방법을 담은 해설집들이 시중에 나와 있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이런 역할과 의무가 증진되고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문제를 가지고 좀 장황한 설명을 해 보았습니다.

여담으로, 위에서 언급한 신문기사를 검색해 보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했다는 그 문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실 것입니다. (저작권에서 대한 것이 불확실하고 또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이렇게 소개만 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비슷한 상황인데 2*4=8개의 원 대신에 3*3=9개의 원을 제시한 문제입니다. 위의 문제해결의 전략을 따라서 한번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 권해봅니다.

Posted by 수상헌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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