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2019학년도 수능일입니다. 모든 수험생들이 자신의 실력만큼 잘 봤기를 기원합니다.


조금 전에 문제가 공개되어서 훑어보던 중에,

수학 가형 29번은 그림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겠다 싶어서

악필입니다만, 한 번 올려봅니다. 


PDF화일입니다.



Posted by 수상헌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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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수능이 끝나면 말이 많은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 합니다. 금년 수리영역이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었습니다. 뚜껑을 열어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언론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요. 또 이와는 별개로, 어떤 신문 (중앙일보 11월17일자) 에서는 수리영역 나형의 한 문제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한 학원의 문제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신문기사를 접하고서 이 문제를 한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이나 재주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입니다. 수학교육을 다루는 책들을 보면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가지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서 자주 사용될 수 있지만 너무 기본적이라 간과되기 쉬운 두 가지 전략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한번 접급해 보고자 합니다. "문제를 단순화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과"비슷한 문제를 알고 있는가?"하는 질문입니다.

주어진 문제에는 원이 모두 2*4=8개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일단, 가장 단순화해서 아래처럼 원이 1개일 경우를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그림에서 A에서 B로 갈 때 아래로 가거나 위로 가거나 같은 거리이기 때문에 최단거리의 경우는 모두 2가지가 됩니다.

여기서 위에서 말한 두번째 질문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와 비슷한 문제를 알고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흔히 최단거리, 혹은 길잡이 문제라고 불리는 문제에서는 길의 모양이 정사각형 모양으로 주어집니다. 따라서, 만약 위에서 주어진 상황을 정사각형에서 표현할 수 있다면 이미 배운 해결방법으로 풀 수 있을 것입니다. 원을 어떻게 사각형 모양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아래처럼 원을 조금 찌그려뜨리고 이리저리 다듬는다면 아래와 같은 정사각형 꼴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그림은 원에서 정사각형으로 바뀌었습니다만, A에서 B로 가는 최단거리가 두 가지이며 각각 위로 가거나 아래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원래 있던 그림과 같은 상황을 표현하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이 그림을 왼쪽으로 돌려서 본다면 아래와 같이 평소에 보던 길잡이 문제에서의 그림이 될 것입니다.

즉, 원형으로 주어진 그림을 적당히 다듬고 돌리면 상황의 내용을 유지하면서도 정사각형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이제, 우리가 알고 있는 문제와 비슷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었으니 다시 첫번째 질문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를 단순화할 수 있는가?" 원이 하나였을 때에는 해결을 했으니 조금 크기를 키워서 원이 2*2=4개인 경우를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아래와 같은 그림이 될 것입니다.

이것을 위의 논리를 적용해서 정사각형 모양으로 바꾸면 아래과 같이 되겠습니다.

여기서 A에서 B로 최단거리로 가는 방법은 몇가지가 있을까요? A에서 B로 가기 위해서는 어디서 꺾든 상관없이 오른쪽으로 한칸, 위로 세 칸만 올라가면 됩니다. 따라서, "오" 1개와 "위" 3개를 일렬로 배열하는 방법과 같으니 모두 4!/(3!*1!) = 4가지의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오위위위, 위오위위, 위위오위, 위위위오)

이제 단순화했던 그림을 토대로 해서 원래 문제를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설명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가운데 위치한 두 점을 각각 C와 D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2*4=8개의 원으로 구성된 이 그림은 앞에서 우리가 살펴보았던 2*2=4개의 그림 두 개를 옆으로 배열해 놓은 모양과 같습니다. 그래서, 앞서 2*2 그림에서 구했던 A에서 B로 가는 방법은 여기 그림에서 보자면 A->C의 경우와 D->B의 경우가 될 것이고 따라서 이 각각은 4가지씩의 경우가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 큰 그림에서 A에서 B로 가려면 중간을 지나야 되니까 C점이나 D점을 반드시 거치게 될 것입니다.
즉, A->C->B이거나 A->D->B의 경로 중에 하나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앞에서 A->C의 경우와 D->B의 경우의 수는 구했으니 결국 C->B의 경우의 수와 A->D의 경우의 수만 구하면 될 것입니다. 게다가, 그림을 보면 C->B로 가는 상황이나 A->D로 가는 상황이 똑같으니 (평행한 원 2개를 지나갑니다.) 이 둘의 경우의 수가 같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C->B의 경우의 수나 A->D의 경우의 수 중에서 하나만 구하면 되겠습니다.
앞서 그렸던 2*2그림을 통해 A->D의 경우의 수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림에서 A->D의 경우의 수는 위로 두칸 오른쪽으로 두 칸을 올라가면 되는데,
제일 아래 바닥으로 가는 경우 (오오위위)를 제외해야 합니다. 따라서, 모두 4!/(2!*2!) – 1 = 5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오위오위, 오위위오, 위오오위, 위오위오, 위위오오)

따라서, A->C->B의 경우가 4*5=20가지가 있고, A->D->B의 경우가 5*4=20가지 있으니 구하는 답은 모두 40가지가 됩니다.

 

이 설명을 보시는 분들은 이 문제가 상당히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였겠구나 하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이 문제는 생소한 그림을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상당한 시간을 쓰게끔 의도적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배점 또한 최고점인 4점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수학교육에서 다루게 되는 문제 해결의 전략을 실제로 사용해서 가르치거나 해결하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적절한 방법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아닌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길을 제공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고 이런 습관을 길러서 여유롭게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학생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수능문제에 대한 여러 풀이방법을 담은 해설집들이 시중에 나와 있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이런 역할과 의무가 증진되고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문제를 가지고 좀 장황한 설명을 해 보았습니다.

여담으로, 위에서 언급한 신문기사를 검색해 보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했다는 그 문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실 것입니다. (저작권에서 대한 것이 불확실하고 또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이렇게 소개만 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비슷한 상황인데 2*4=8개의 원 대신에 3*3=9개의 원을 제시한 문제입니다. 위의 문제해결의 전략을 따라서 한번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 권해봅니다.

Posted by 수상헌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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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수능제도에서 수리영역 (가) 형을 치룰 경우
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중에서 한 과목을 고르게 되어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대로 98%가 넘는 학생들이 미분과 적분을 고르고
확률과 통계가 1%정도
그리고 극소수의 학생들이 이산수학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다수가 선택하는 미분과 적분에 비해서
확률과 통계나 이산수학에 대한 문제집이나 강의 등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소수의 선택을 도와주자는 취지에서
일단 만들어서 올려봅니다.
이 해설서는 지난 수능 문제들을 중심으로
이산수학 교과서의 목차에 따라 구성되어 있습니다.
2009년도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한 해설이 실려있는데,
상대적으로 다른 년도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좀 소홀한 편입니다.
앞으로 수시로 보강해서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보시는 분들이 조언해 주셨으면 합니다.

여력이 되는 대로 그 다음 소수가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의 해설집도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Posted by 수상헌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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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물선 과 양의 x축, 그리고 직선 x=b로 둘러싸인 부분의 넓이는 어떻게 될까요?

 

미적분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학생이라면 이 상황을 수식으로 로 표현할 것이고, 의 부정적분이 임을 이용해서 답이 임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미적분학을 공부하지 않은 학생이 이 넓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런 방법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서 소개해 볼까 합니다. 그림의 출처는 Seaquist, C. R. (2008). Proof Without Words: Area of a Parabolic Segment. Mathematics Magazine, 81(3), 219.입니다. (Copyright. The Mathematical Assocation of America. All rights reserved.)

 

왼쪽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어떤 수 b의 제곱이라는 것은,

도형으로 보자면 한 변이 b인

정사각형의 넓이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즉, 처음 그림에서, 0과 b 사이의 임의의 값 t에서 곡선 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은, 두 번째 그림처럼, 높이가 b, 밑변도 b로 이루어진 정사각뿔을 위에서부터 높이가 t인 지점에서 밑면에 평행하게 자른 단면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처음 그림에서 길이 짜리 선분이 0에서 출발해서 b까지 도착할 동안 훑고 지나가는 부분이 구하는 넓이라면, 이것은 두번째 그림에서 넒이 인 단면이 정사각뿔의 꼭지점(0)에서 밑면(b)까지 도착할 동안 훑고 지나가는 부피와 같은 맥락이 됩니다.

 

결국, 구하는 부분의 넓이는 정사각뿔의 부피를 구하는 것과 같게 되니까 이 됩니다.

Posted by 수상헌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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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은 문제를 하나 생각해 보겠습니다.

"포물선 과 직선 로 둘러쌓인 부분의 넓이를 최소로 만드는 상수 a의 값을 구하시오."

 

이 문제를 교과과정에 따라 굳이 분류한다면 고등학교 정적분의 응용단원에서 두 함수의 그래프로 둘러쌓인 부분의 넓이를 구하는 예 중에 하나라고 할 것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정적분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그리 만만하게 풀리는 문제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적분의 도움을 받지 않고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어서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출처는 Leikin, R., Berman, A. & Zaslavsky, O. (2000). Application of symmetry to problem solving. International Journal of mathematical education in science and technology, 31, 799-809 (Copyright. 2000 Taylor & Francis Ltd. All rights reserved) 입니다.

 

직선 y=ax+3은 a의 값에 상관없이 점 Q(0,3)을 지나게 됩니다. a=0인 상태 (직선 y=3)에서 두 곡선 사이의 넓이는 오른쪽 그림처럼 도형PMV가 될 것입니다.

 

이 직선을 (그림에서 l처럼) 어느 정도 기울였다고 하겠습니다. (이 때, 포물선 은 y축에 대해 대칭이기 때문에 직선이 어느쪽으로 기울이지건 똑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때, 늘어나는 넓이는 도형 LMQ인데, 이것은 삼각형 KMQ보다 넓습니다. 그런데, 대칭에 의해서 삼각형 KMQ의 넓이는 삼각형 NPQ와 같고 이 넓이는 직선을 기울였기 때문에 줄어드는 넓이인 도형 SPQ보다 큽니다. 즉, 도형 LMQ의 넓이 (늘어난 넓이)가 도형 SPQ의 넓이 (줄어든 넓이)보다 크게 됩니다. 요악하자면, 직선이 기울어지면 (즉, a가 0이 아니면) a=0인 상태보다 두 곡선 사이의 넓이가 늘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a=0일 때 최소값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이 문제는 특정하게 주어진 함수가 대칭성을 띌 때 쉽게 푸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고안한 것이며 따라서 많은 정적분 문제에 응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 고차원적인(?) 방법에 사로잡혀서 때론 기본적인 방법이나 관조하며 생각해 보는 여유를 잃어버리고 있는 독자들에게 그런 것들을 일깨워주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림과 말로만 답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니 수식이라면 진절머리를 내는 독자들의 호응도 얻을 수 있겠구요.

Posted by 수상헌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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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접기 놀이는 어릴때부터 손쉽게 경험하게 되는 놀이 중에 하나입니다. 이런 손쉬운 놀이로 삼각함수의 덧셈정리를 설명한 그림이 있어서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준비물은 종이 한장 (A4용지가 좋겠습니다.) 이면 되겠습니다. 출처는 Nelson, R. B. (2000). Proofs without Words II: More exercises in visual thinking. (pp. 46-47). Washington, DC: The Mathematical Association of America 입니다.

Posted by 수상헌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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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함수 가 우함수(Even function)라는 말은 모든 x에 대해서 가 성립한다는 뜻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등이 있겠습니다. 이런 우함수의 그래프를 xy좌표평면에 그려보면 y축에 대해 대칭인 모습을 띄게 됩니다. 또한, 어떤 가 기함수(Odd function)라는 말은 모든 x에 대해서 가 성립한다는 뜻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등이 있겠지요. 이런 기함수의 그래프는 xy좌표평면에서 원점에 대해 대칭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미적분을 배우게 되면서 문제집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명 문제 중에,

"우함수를 미분하면 기함수가 됨을 증명해라" (또는 "기함수를 미분하면 우함수가 됨을 증명해라") 가 있습니다. 두 문제의 풀이가 비슷하기 때문에 우함수를 미분하면 기함수가 된다는 것만 보이면 아래와 같습니다.

 

[풀이] f(x)를 우함수라고 하고 이를 미분한 함수를 f'(x)라 하자. 그러면,

따라서, f'(x)는 기함수가 된다.

 

그런데, 이것을 (비록 엄밀한 증명은 아닐 지 모르지만) 그림으로 나타내어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어서 소개해 봅니다. 출처는 Raman, M. J. (2002). Proof and Justification in Collegiate Calculus. Ph.D. dissertation,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United States. 입니다.

 

그림은 1) 우함수의 그래프가 y축에 대해 대칭이라는 사실과 2) 어떤 점에서의 도함수(미분한 함수)는 그 점에서의 접선의 기울기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입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점 (x,f(x))에서의 기울기는 점 (-x,f(-x))에서의 접선의 기울기와 값은 같되 부호가 정 반대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함수의 도함수는 기함수가 되겠지요.

 

Raman의 논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위에 제시한 두번째 문제 "기함수를 미분하면 우함수가 된다"는 것도 이렇게 그림으로 설명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직접 한번 그려 보시기 바랍니다.

수학적인 능력을 기르는 데에 엄밀한 증명이 물론 중요하겠지요. 그렇지만 여러가지 방법으로 설명해서 다양한 수준의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Posted by 수상헌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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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극장에 다섯 명이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미리 예매를 해 둔 덕에 다섯 명이 나란히 붙어 있는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다섯 명이 의자에 앉는 서로 다른 경우의 수는 모두 몇 가지나 될까요?

 

장면2. 중국음식점에 친구 다섯 명이 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다섯 명이 앉을 수 있는 원탁이 있어서 그 곳에 앉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다섯 명이 의자에 앉는 서로 다른 경우의 수는 모두 몇 가지나 될까요?

 

먼저, 장면1을 생각해 봅시다. 나란히 붙어 있는 다섯 개의 의자는 그 색깔이나 재질이 거의 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다섯 개의 “자리”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자리는 스크린의 중앙에 좀 더 가까울 것이고, 어느 자리는 복도에 좀 더 가까울 것이고, 또 어느 자리는 앞자리에 머리가 큰 사람이 앉아 있을 수도 있을 수 있겠지요.

자, 먼저 한 친구가 자리를 고른다고 합시다. 다섯 자리 중에 하나를 고르면 되니까 그 친구가 자리를 고르는 경우는 모두 다섯 가지가 됩니다. 그리고 나서 다음번 친구가 자리를 고른다고 합시다. 이미 한 친구가 자리를 골랐기 때문에 그 친구는 네 가지 경우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겠지요. 이런 식으로 다섯 명까지 모두 자리를 고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5x4x3x2x1=120가지가 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n명이 일렬로 되어 있는 자리를 고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n!입니다.

여기서 기호에 생소한 분들을 위해서... n!은 1부터 n까지의 정수의 곱을 나타내는 기호입니다. '엔팩토리얼' (n factorial) 이라고 읽으면 됩니다.

 

이제 장면2를 생각해 보도록 하죠. 장면1과 비슷하게, 원탁에 둘러 있는 다섯 개의 의자는 그 색깔이나 재질이 거의 같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다섯 '자리'들도 과연 장면1처럼 다른 것일까요?

 물론이죠!

 어느 자리는 에어컨이 가까울 것이고, 어느 자리는 출입구에서 좀 더 가까울 것이고, 어느 자리를 창가에 가깝다던가 말입니다. 따라서, 장면1과 같은 상황이 연출됩니다. 첫 번째 자리를 고르게 되는 사람은 모두 다섯 자리의 선택의 여지가 있겠죠. 두 번째 사람은, 첫 번째 사람이 고른 자리를 제외한 네 자리의 선택의 여지가 있을 것이구요. 따라서, 이 경우에도 원탁에 둘러앉는 방법은 5!=120가지가 됩니다.

 여기서, 고등학교 교육을 조금이라도 받으신 분들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실 겁니다. 그죠? (안느끼신다면야 뭐... --;;)

예, 맞습니다. 제목에 써 놓은 대로 원탁에 사람을 배치하는 경우의 수는 4!이 되어야 맞기 때문입니다. 어인 일일까요? 교과서에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만, 사실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가정이 하나 있습니다.

 자, 이제 여러분을 새로운 공간으로 데리고 가려고 합니다. 혹시 영화 '매트릭스'를 아시나요? 거기 장면에 보면 주인공이 훈련을 받는 장면에서 아무것도 없는 하얀 공간에 놓이게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현실속에서는 결코 불가능하지만, 이제 상상의 나래를 펴서 동서남북상하 어느 곳으로도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 하나 있다고 합시다.

 그 공간에 장면1처럼 일렬로 배열된 의자가 다섯 개 놓여 있다고 생각해 보죠. 이 다섯 개의 의자는 서로 다른 ‘자리’일까요? 예, 그렇습니다. 일렬로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왼쪽 끝에 있는 의자와 오른 쪽 끝에 있는 의자는 다르겠구요, 가운데 앉느냐 끝에 앉느냐에 따라서 자기가 차지하는 여유공간도 물론 다르겠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섯 명이 앉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장면1과 같이 5!=120가지가 됩니다.

 그런데, 이런 공간에 덩그라니 원탁 하나와 의자 다섯 개나 놓여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다섯 의자들은 서로 다른 ‘자리’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장면2나 위의 일렬로 배열된 의자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비교를 해서 이 자리와 저 자리가 다른 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첫 번째 사람이 고를 수 있는 ‘의자’는 다섯 개가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모두 다 ‘같은 자리’이기 때문에 첫 번째 사람이 고를 수 있는 서로 다른 '자리'는 사실상 하나 뿐인 셈입니다. 이 의자에 앉건 저 의자에 앉건 그게 그거기 때문이죠.

첫 번째 사람이 앉은 후, 이제 두 번째 사람의 선택을 생각해 봅시다. 첫 번째 사람이 이미 앉아 있기 때문에 남은 네 의자는 전혀 다른 자리의 특성을 나타냅니다. 즉, 첫 번째 사람의 오른쪽이냐 왼쪽이냐 따라서,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어떻게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밥먹기 불편해 지고 편해지고 하는 경험들, 있으신가요? 전 왼손잡이라 이런 경우가 꽤 많습니다. ^^) 그리고 첫 번째 사람의 바로 옆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말입니다. 따라서, 두 번째 사람이 고를 수 있는 서로 다른 자리의 개수는 네 가지가 됩니다. 세 번째 사람에게는 세 가지의 선택이 남을 것이구요, 이렇게 생각해 보면, 다섯명이 원탁에 앉는 경우의 수는 4!=24가 됩니다. 이 상황을 일반화시켜보면, n명이 원탁에 앉을 수 있는 서로 다른 경우의 수는 (n-1)!이 되겠지요. 수학교과서에서 이야기하는 원순열, 혹은 원탁에 배열하는 방법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순수하게 주변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원탁에만 집중해서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 사족을 하나 더 달자면, 교과서에서 그리고 문제집에서 종종 사람을 “앉힌다”는 표현을 쓰는데, 강제적인 표현이라 그닥 좋은 말투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앉는 사람을 존중하고 그 사람들에게 기준을 맞춰서 “앉는다”는 표현이 보다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리에 사람을 갖다 맞추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자리를 고르는 게 정상적이겠기 때문이죠.

Posted by 수상헌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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